깨달은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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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닫기 전에는 길을 더 간 사람이나 덜 간 사람이나 거기서 거기이다.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그러나 깨우치고 나면 깨닫기 전과 후의 차이는 하늘과 땅만큼의 차이보다도 더 크다.

깨달은 사람의 깊이는 측량할 길이 없다. 그는 무한대의 세계에 살기 때문이다. 자기라는 좁은 틀속에 갇힌 중생의 눈으로는 깨달은 사람이 눈 앞에 있어도 그가 무슨일을 하는지 도저히 알 수가 없다. 모두 자기 차원대로 평가하고 판단할 뿐이다.

그러나 깨달은 사람은 중생들의 평가나 판단에 상관 없이 묵묵히 자기가 해야 할 일을 할 뿐이다. 일반상식이나 세간법으로는 도저히 이해하거나 해결할 수 없는 일도 더 큰 자연법의 범주에서 자연스럽게 일을 처리해 낸다.
 
그는 어떤 경우에도 막히거나 걸리는 법이 없고 만법에 자재하다. 세간법에서는 불법(不法)인 것도 깨달은 사람에게는 불법(佛法)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그것은 본래 법(法)이라고 정해진 바가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이래야만 한다' '저래야만 한다' 혹은 '이래서는 안된다' '저래서는 안된다' 하는 고정관념이 없으며, 따라서 만법을 자재로이 나툴 수 있고 굴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생은 깨달은 사람이 하는 일을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자기 차원대로 판단하거나 비난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깨달은 사람은 바깥에서 들려오는 판단이나 비난에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는 이미 영향 받을 '나'라는 것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2007.2.6 담선중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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