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는 투명해지고 의식은 밝아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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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생활 돌아보기 - 욕심 붙는 곳 점검

선원에서 청정생활불사운동을 시작하였습니다. 청정생활불사운동에 대한 설명을 들으면서 참 좋은 뜻이라는 생각은 들었지만 나와는 상관없는 이야기라고 생각했습니다. “절에서 하는 것이니까……. 선원의 물건들만 아껴 쓰면 되겠지. 집집마다 일일이 확인할 것도 아닌데 뭐!” 라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집에서는 지금처럼 그냥 대충 살면 되지, 스님도 아닌 우리가 어떻게 청정하게 살수가 있겠어!”라는 생각도 하게 되었습니다. 왜냐하면 집에서 내가 하는 생활은 청정함과는 거리가 먼 것이었으니까 또 일부러 머리 아프게 일을 만들어서 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청정생활불사운동에 참여하려면 처음에 무엇부터 시작을 해야 하나 하는 생각으로 생각이 많아졌습니다. 그래서 나는 어떤 생활을 하고 있을까?” 궁금해져 나의 생활을 되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음식
먼저 음식재료들, 한꺼번에 장을 많이 보다보니 빨리 해먹지 않아서 냉장고 속에 오래 있다 그냥 버려지는 음식재료들을 아무렇지 않게 버리곤 하였습니다


그릇
결혼할 때 사온 그릇들과 그동안 살면서 몇 번이고 사다놓은 그릇이 제법 있었지만, 친구들 집에 가서 예쁜 그릇을 보면 그것을 사려고 애썼고, 그냥 쇼핑을 다니면서 예쁜 그릇이 있으면 몇 개씩 사오곤 했습니다.



계절이 바뀔 때면 옷장을 자세히 살펴보기도 전에 입을 옷이 없다고 생각되면 여기저기서 옷을 찾아보고 마음에 드는 것이 있으면 그냥 사다가 옷장에 모셔 두기도 했습니다.


한지공예
내가 본 내 자신이 너무 심하다고 여겼던 것은 한지공예를 조금 할 줄 안다고 너무나 많은 욕심을 냈던 것입니다. 남들이 만들어서 예쁜 것들, 나중에 만들면 괜찮겠다 싶은 것이 있으면 앞뒤 재어 보지도 않고 사고, 금방은 만들지 않아도 나중에 만들어도 괜찮겠다 싶은 재료들이 있으면 무조건 사 모았습니다. 그렇게 모아둔 것들이 너무나 많이 잠을 자고 있었습니다.

 

어느 한곳 욕심이 붙어 있지 않는 곳이 없었습니다. 난 욕심이 별로 없다고 생각하고 살고 있었는데 욕심을 너무나 많이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보게 되었습니다. 청정생활불사운동을 시작하고 내 생활을 둘러보게 되니 남에게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 내 자신에게 너무 부끄러웠습니다. 너무나 엉망인 나의 생활, 그냥 인정하기에는 내가 너무 형편없는 것 같아서……. 너무 자존심이 상해서 나의 생활을 합리화 시키고 싶었습니다.

 

나만 그렇게 사는 것이 아니라 모두들 그렇게 살 거야!” 라는 생각을 하면서 억지로 덮어두려고 했습니다. 그렇지만 마음 한구석이 늘 개운하지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막상 청정생활불사운동을 시작하려니 무엇부터 어떻게 시작해야할지 도저히 모르겠고 너무 막막했습니다. “아니지! 청정생활불사운동! 그걸 꼭 해야하나? 불사운동이니 그런 것은 절에만 해당되는 일이 아닐까?”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런 생각들이 올라오니 아무것도 하기 싫었습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냥 모든 것을 덮어둔 채로 시간이 흐르고, 시간이 지난 어느 날 문득 냉장고를 열어보니 사다놓은 지 며칠이 지난 음식재료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 순간 가슴이 철렁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 느낌은 뭐지, 왜 이런 느낌이 드는 거지?” 기분이 이상했습니다. 음식을 하는 동안에 왜 그런 느낌이 들었는지 곰곰이 생각해보았습니다. 청정생활불사운동이 절에만 해당되고 나 와는 상관없다라는 생각을 하고 있어서 그런 느낌이 들었던 것을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법문에서 수없이 많이 들었던 것 중에 하나, ‘둘이 아니다.’ 라는 법문이 갑자기 떠올랐습니다. 청정생활불사운동이라는 단어를 듣고 내 자신을 돌아보며 부끄러워했던 모습이 떠올라 다시 한 번 부끄러워졌습니다. 그래서 다시 한 번 청정생활불사운동이라는 단어에 대해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생각하고 또 생각해봤습니다. ‘청정생활불사운동그것은 단순히 생활에서의 청정생활불사운동이 아닌 내 마음의, 내 자신에 대한 청정생활불사운동 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런 생각들이 올라오니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습니다. 잘하든지 못하든지 그런 것들은 몽땅 접어두고 우선 무엇이든지 한가지만이라도 시작해보기로 했습니다.

 

생활 교정 - 음식, 그릇, , 한지 정리

제일 먼저 버려지는 음식재료들을 줄여보기로 했습니다. 어떻게 줄일까 생각해보니 한꺼번에 시장을 보던 것을 자주 보면서 그때그때 필요한 것만 사기로 하고 또 넉넉히 준비하던 것을 조금 모자란 듯 준비를 했습니다. 그렇게 하니 버려지는 음식물 쓰레기가 거의 없어지게 되었고, 그렇게 되니 내 자신도 모르게 새어나가는 돈을 막은 것 같았습니다.

 

그 다음은 예쁜 그릇을 보면 사고 싶을 땐 집에 같은 종류나 비슷한 종류는 없는지 생각해보고, 또 꼭 필요한 것인가를 생각해보게 되니 아무리 예쁜 것이 있어도 충동구매를 하지 않게 되었고 그 다음에는 꼭 필요한 것은 적어가서 사는 습관을 들였더니 필요하지 않은 것은 거들떠보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러한 습관들이 하나 둘씩 생기고 그것이 옷을 살 때도 습관이 되어 갔습니다. 예전에는 괜찮은 것 같으면 샀었는데 이제는 필요한가를 두 번 이상은 생각해 보게 되었고, 그렇게 하니 남들에게 예쁘게 보이고 싶었던 마음이 사라지고 내가 편하면 그만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깨끗하게만 입으려 애쓰게 되었고 친구들이 예쁘게 하고 다니라는 말에도 난 옷차림을 보지 않고 마음을 보며 살 거야!”라는 생각으로 마음의 중심이 생기기 시작하였습니다.

 

내가 나에게 제일 실망하고 욕심도 제일 많이 붙어 있는 것을 본 것은 한지공예 재료들입니다. 남들이 만들어서 예쁜 것들, 나중에 만들면 괜찮겠다 싶은 것들, 금방은 만들지도 않으면서 사 모으기를 했던 것이, 신중하게 생각해서 지금 꼭 필요한 것인가를 생각하고 그렇지 않으면 사지 않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물론 쉽지 않았습니다. 여전히 좋은 것, 새로운 것이 없나를 늘 살펴보고 있었습니다. 그런 내 자신을 보면서 또 나의 욕심을 보면서 또다시 실망했습니다. 그러면서 잠자는 한지공예재료들은 어떻게 하지?’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방법을 찾는 중 시간이 날 때 마다 만들어서 그동안 고마운 사람들에게 선물해야겠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고마운 사람들을 세어보니 고마운 사람이 너무 많아 감당을 할 수가 없을 것 같아서 그만 두기로 했습니다.

 

여러 가지 생각 끝에 잠자는 재료들을 만드는 대로 선원의 불사운동에 참여하기로 했습니다. 청정생활불사운동이 나에게 여러 가지로 도움이 많이 되었고 그것이 아니라도 적극적으로 참여 하고 싶었지만 생활비를 필요할 때마다 남편에게 타서 쓰는 나에겐 소액의 불사금이라도 쉽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나의 방법대로 불사 운동에 참여하기로 하고 우선 여러 가지 문양이 탐나서 만들어보려고 준비해두었던 티슈 통을 만들어서 참여를 하였습니다.

 

경제는 투명해지고, 의식은 밝아지고

이렇게 저렇게 결정을 하여 정리를 하면서 시간이 지나갔습니다. 그러는 사이에 충동구매는 전혀 하지 않게 되었고, 그리고 무엇인가 만들 것이 생기면 집에 있는 재료를 먼저 찾아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집에 있는 것을 모두 확인한 다음에 거기에 맞추어서 사게 되는 내 자신을 보았습니다. 아직도 집에 잠자고 있는 재료들이 많이 있기는 하지만 만들기만 하면 쓰일 곳이 있고 또 청정생활불사운동 이후에는 충동구매가 전혀 없었기에 이제는 내 자신이 실망스럽지 않습니다.

 

청정생활불사운동을 시작한지 일 년, 나에겐 별로 변화된 것이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지금 와서 지난 일 년을 돌이켜 생각하니 나에게 너무나 많은 변화들을 만들어 냈었던 것을 알 수 있게 되었습니다. 내가 잘못하고 있는지 조차도 의식하지 못하고 버리고 있었던 것들과 부질없는 나의 욕심으로 지출하지 않아도 될 돈이 지출이 되었던 것, 나의 욕심으로 잠재워두고 있었던 , 내가 미처 의식하지 못하던 나의 욕심을 보았던 너무나 좋은 기회였습니다.

 

아직도 버려지는 게 없다.”라고는 말할 수는 없습니다. “잠재우고 있는 것들이 없다.”라고도 할 수도 없습니다. 하지만 내가 미처 인식하지 못했던 나의 욕심을 보고나니 모든 것에서 신중히 생각하고 나의 욕심이 붙어있지 않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보면서 신중히 결정하는 버릇이 생겼습니다. 이렇게 계속하다보면 그리 멀지 않는 날, 누구 앞에서도 당당하게 버려지는 것, 잠자고 있는 것은 없다라고 애기할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생활을 점검하여 마음까지 정리되고

청정생활불사운동, 처음에는 생활에만 해당된다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러나 생활 속에서 하나 둘 실천을 하다 보니 마음공부와 전혀 상관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었던 것들이 마음공부와 둘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 것도 있습니다


싱크대 안에 넣어두고 활용하지 않는 그릇들에서, 

옷장 안에 걸어두고 입지 않는 옷에서
잠재워둔 한지공예재료에서


가지고 있는 것에 대한 고마움은 생각하지도 않고 활용할 생각도 없이, 밖으로 향해 좋은 것만 찾아서, 즐거운 것만 찾아서, 헤매는 마음을 보았습니다.

 

마음공부는 밖으로 향한 눈을 돌려 자신의 내면을 점검해가는 것이다.” 라고 늘 말씀하셨는데 생활 역시도 밖의 것을 보는 것이 아니라 내 집안의 것을 자세히 살펴보면서 해야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마음공부도 청정한 믿음이 생길 때 공부를 잘하는 것이고, 생활도 청정한 생활이 될 때 잘한다고 이야기 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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