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 모스크바영화제 초청 기독교영화 `산상수훈` 연출한 대해스님

  • daehae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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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언론 보도
  • 2017.07.08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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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영화 '산상수훈'을 연출한 대해스님과 영화배우 백윤식의 차남인 주연배우 백서빈. '산상수훈'은 제39회 모스크바영화제에 공식 초청돼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한주형 기자]
"영화 공식 상영이 끝나고 보통 10분 정도 질문을 받는데 '산상수훈'은 1시간이 넘도록 질문이 끊이지 않았어요. 그만큼 이야깃거리가 많았던 영화였죠." 

최근 막을 내린 제39회 모스크바영화제에 공식 초청됐던 영화 '산상수훈'을 연출한 대해스님(본명 유영의·58)은 현지 반응에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이 영화에 대해 모르는 사람이 없었어요. 현지 전문가들은 할리우드물이나 공포물의 대척점에 이 영화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어요." 

'산상수훈'은 제작 당시부터 화제가 됐던 영화다. 기독교가 주제인 영화를 비구니가 연출을 했으니 그럴 만도 했다. 영화제가 열린 모스크바 현지 관심은 한국의 그것보다 훨씬 더 뜨거웠다.
실제로 '산상수훈'은 현지 언론들로부터 "이번 모스크바영화제에서 경쟁부문과 비경쟁부문을 통틀어 가장 주목할 만한 영화"라는 평을 받았다. 

키릴 라즐로코프 모스크바영화제 집행위원장은 "지적이고 철학적인 이 영화를 모스크바에 초대한 것에 경의를 표한다"고 극찬했다. 

127분짜리 이 영화는 신학대학원생 8명이 동굴에 모여 천국, 선과 악, 하나님 등을 소재로 대화하는 형식으로 구성돼 있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 마태오 복음 5~7장에 기록된 산상설교를 모티프로 했습니다. 기독교의 모든 것이 압축돼 있거든요. 기독교라는 종교가 인간에게 던져준 메시지에 가까이 가보고 싶었어요." 

대해스님은 이미 중단편 영화를 여러 편 만든 영화인이다. 그가 영화를 만들기 시작한 이유는 간단하다. 깨달음을 전하기 위해서다. 스님은 인간의 본질을 깨달았으면 그것을 세상에 알려야 하는 게 종교의 의무라고 생각한다. 그 수단으로 선택한 것이 영화다. 

"인간의 본질을 담은 것이 불경, 성경할 때 '경(經)'이잖아요. 그래서 저는 '영화경'을 만들고 싶었어요. 요즘 사람들을 규합하는 데 영화만 한 게 없잖아요. 2007년에 처음 낡은 6㎜ 카메라를 들고 지하 방에 처박혀서 영화 만든다고 할 때 동료 스님들이나 신도들 반응은 '어이없다'였어요. 그렇게 해서 처음 만들어본 영화가 '색즉시공 공즉시색'이었어요. 그렇게 시작한 게 벌써 91편이나 만들었네요." 

대해스님은 불교영화만을 만들지 않았다. 스님이 영상에 담은 소재는 소크라테스에서 기독교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4대 성인 전부를 영화로 만드는 게 목표다. 

"종교의 궁극적인 틀은 모두 같아요. 결국 삶과 죽음, 순간과 영원, 선과 악의 본질을 탐구하는 거죠. 유교의 시조인 공자를 소재로 한 영화도 준비하고 있어요. 가능하다면 종교 애니메이션도 만들고 싶어요." 

스님과 같이 기자간담회에 나온 주연 배우 백서빈은 연기하면서 종교를 보는 눈이 많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기독교 신자인 저에게는 촬영 장소였던 동굴이 깨달음의 장소처럼 느껴졌어요. 영화 찍기 이전에는 나는 나대로 있고 성경은 성경대로 있다고 생각했는데, 영화를 찍으면서 내 스스로 성경에 깊숙이 들어간 듯한 느낌을 받았어요." 

대해스님 영화는 아직 상업영화관에서 상영된 적이 없다. 주로 BTN불교TV나 포털을 통해 만날 수 있었다.



"애초부터 상업적인 목표 자체가 없었기 때문에 극장 상영은 생각해본 적도 없어요. 그런데 모스크바영화제에 초청받은 다음부터 영화관에서 제의가 오기 시작하네요. 지금 이야기 중인데 곧 영화관에 걸리지 않을까 싶어요." 

대한불교조계종 국제선원의 선원장이기도 한 스님은 평소 교육에 관심이 많다. 생명의 본질을 논리적으로 체계화한 '108생명법'을 개발하기도 했고, 화엄경 전집 60여 권등 주요 경전들을 한글로 번역하는 작업도 했다. 

"인간은 본질을 알면 영원히 죽지 않습니다. 본질을 놔두고 현상만 쫓아가니 어느 것도 해결이 되지 않는 거죠. 저는 영화로 그 본질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허연 문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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