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리뷰-르몽드지][장석용의 시네마 크리티크] 유영의 감독의 <산상수훈, 山上垂訓, Sermon on the Mount, 124min. 2017>-기독 담론을 환기시킨 스님의 영상 경전

  
 
승려 감독 유영의(법명 대해, 조계종 국제선원 원장)는 성인들의 말씀을 주제로 한 시리즈물을 연출해오고 있다. <산상수훈>은 신약 ‘마태복음’ 5~7장에 기록되어 있는 예수의 가르침인 산상설교를 토대로 기독교에 대한 궁금증을 갖고 있는 신학생들의 토론 내용을 영화적으로 구성한 작품이다. 신비의 가사장삼, 자신을 내려놓고 어울리는 자세가 비움이고, 내공의 깊이를 보여준다. 스님이 다루는 기독교는 국내는 물론 국제적으로도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유영의 감독과 필자
 
<산상수훈>은 예수가 갈릴리의 작은 산 위에서 제자들과 군중에게 행한 설교를 지칭한다. 당시 히브리인들에게 이 예수의 가르침은 자신을 다잡는 윤리적 지침이 되었고, 오늘날까지 기독교도들의 정신적 무기가 되어 있다. ‘∼자는 복이 있나니’의 팔복(八福)을 기본으로 하여 사회적 책무, 자선 행위, 기도, 금식, 이웃 사랑 따위에 대한 가르침이 주 내용을 이룬다. 영화는 나무십자가 아래,  내 눈 속에 있는 티를 찾아가는 여정을 수행한다. 
    
다양성영화 <산상수훈>은 백서빈(도윤 역)을 주인공으로 하고 정준영(석진 역), 오경원(주성 역), 박창준(인성 역), 설준수(용석 역), 최이선(은호 역), 탁우석(요한 역), 최현우(현진 역)가 동료 신학생으로 출연하였다. 작년 12월 7일 개봉하여 금년 2월 3일까지 누적 관객 42,312명을 동원하며 지속적으로 해외 영화제에 초청받고 있다. 성경에 대한 진지한 자세와 토론은 피상적이 아니라 수학문제를 풀어나가듯 질서정연하다.

  
유영의 감독의 <산상수훈> 
성경은 장편이다. 영화도 장편의 기조를 견지하고, 인간의 본질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성경을 인용하여 ‘참된 나’를 찾아간다. 영화에 대해 기독교적이냐 아니냐에 대한 호불호를 차제하고, <산상수훈>은 기독교와 성경, 신앙인의 자세를 돌아보는데 기여하고 있다. 이 영화는 일방적 주장을 배제하고, 부족함이 있으면 채우자 하고, 갈등은 화해를 통해 화평을 도모하자고 한다. 의상 변화없는 평상복, 제한된 부감의 신학생들은 빵과 포도주를 좋아하고 천진난만하다.  

<산상수훈>은 종교는 초월임을 밝힌다. 기독교건 불교건 종교의 근원에 도달하면 단순화 되고, 모든 종교가 주변을 포용할 수 있어야 하며, 시간의 흐름에 따라 자신이 깨닫도록 만든다. 그렇게 대해 스님은 무슬림의 나라에서 벵골의 모래알 같은 것이 평화이고, 어울림이라고 인터뷰하고 있었다. 유니카의 아마추어리즘이 프로페셔널로 진전하는 바람직한 모습이었다. 신랑 예수, 신부 교회의 단순한 도식은 ‘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다.’의 맥락으로 해석된다.  

  
유영의 감독의 <산상수훈> 
이 영화를 경전으로 보고자 한다. 경전에 대한 깊은 이해와 성찰이 없으면 소통은 부재이다. 종교는 철학의 바다이고, 철학의 강은 유파로 나누어진다. 나를 찾는 길은 더욱 깊다. 깊은 것이 동굴이고, 어미의 자궁이고, 깨우침을 준 곳이 동굴이다. 진리를 깨우치는 길은 고독하고 지루하다. 성경에서 찾아보자는 하나님이라는 단어는 내면에서 행하는 신앙의 깊이를 드러내고자 함이다. 영화적 공간은 강의실, 동굴로 가는 길, 동굴, 동굴에서 나오는 장면 뿐 이다. 
 
작은 자신을 발견하면서 <산상수훈>이 던진 ‘동굴 철학’이 완성된다. 드라마적 전개 속에서 동굴은 모든 신화나 철학이 한 번 쯤 숙성되는 곳이다. 산상에서 던진 설교가 동굴에서 숙성을 도모한다. 예수와 일곱 제자를 연상시키는 여덟의 비유가 재미있듯 신학생들의 문답 속에는 희로애락이 가지런히 포진되어 있고, 연극 같은 긴 호흡으로 일상의 기독교적 의문을 재미있게 풀어낸다. 참 나를 찾아가는 내비게이션은 성경이다.    

  
유영의 감독의 <산상수훈> 
어미의 뱃속에서 태아가 세상을 배워가듯 동굴은 상징화 되고, 신학생은 아이가 되어간다. 잔잔하게 이어지는 음악은 태교음악이 되고, 모닥불은 진리를 깨우치는 사랑이 된다. 어미의 뱃속은 수용(受容)이 자리 잡는다. 제한된 움직임에서 지루하지 않게 톡톡 튀는 언어유희가 수행으로 비춰진다. 모닥불을 주광원(主光源)으로 돋보이게 한 조명 속 촬영은 더욱 빛난다. 노련하게 연결한 편집, 진지한 연기 몰입, 앵글의 변화, 은근히 깔리는 음악변화도 눈에 띈다.  

특별한 영화는 아니지만 “현상과 본질이 합일되면 의문이 풀리고, 본질의 특성인 전지전능하고 무죄하고 자유로운 본래 삶을 되찾을 수 있다”는 특별함을 시도해본 자는 없었다. 유현목 감독의 <순교자>와 <사람의 아들>의 암울함을 걷어내고, 미국영화 문법에 익숙한 관객들에게 저주받을 영화로 꼽힐 작품, <산상수훈>은 오묘한 진리가 갓 잡아 올린 물고기처럼 펄떡인다.
움직임이 없는 것 같으면서 카메라는 클로즈업, 바스트 샷, 팬을 오가며 부지런히 움직인다.  

  
유영의 감독의 <산상수훈> 
감독은 단편 <색즉시공 공즉시색>(2007)으로 데뷔하여, <본질의 시나리오>(2008>, <본래자리>(2011), <소크라테스의 유언>(2012), <화엄경>(2014) 등 91편의 작품을 만들어 왔다. 작품 수는 중요하지 않다. 그 중에서 베스트 텐을 뽑고, 다시 세 편, 다시 한 편을 대표작으로 삼아라. 그것이 성경에서 ‘주기도문’이 아니라 언급되지 않은 많은 기독교에 대한 궁금증과 함께 소크라테스처럼 알면 행하지 않을 수밖에 없는 ‘산상수훈’을 선택한 이유와 부합될 것이다.  

스님이 던진 화두는 마태복음 5장 3절의 말씀이다. ‘심령이 가난한 자는 복이 있나니 천국이 저희 것임이요.’ 이어지는 ‘애통하는 자, 온유한 자, 의(義)에 주리고 목마른 자, 긍휼히 여기는 자, 마음이 청결한 자, 화평케 하는 자’에 대한 복에 대한 해법이 실린다. 영화의 전체를 통해 지속적으로 이사야서, 창세기, 빌립보서, 고린도 전서, 고린도 후서, 에베소서, 요한복음, 시편, 잠언 등 여러 편의 성경이 인용되고 신학생들의 진지한 의견을 통해 해석된다.   

  
유영의 감독의 <산상수훈> 
유영의 감독이 간단명료하게 비유한 선악과, 금잔, 독사굴 속에 진리가 능력을 감추고 있고, 내용이 세기를 압도한다. 살아계신 하나님의 성전으로서 기독교도들은 맞지 않은 논리로 무작정 신봉하는 것이 아니라 죄의 실체를 알고 생명의 근원인 하나님께 영광돌리라는 뜻은 영혼에 대한 충전의 말이다. 예닮의 삶이 예수와 같아질 수 있다는 결론을 내리면서 동굴을 나와 떠오르는 태양을 향해 서있는 뒷모습을 보여주면서 영화는 종료된다.    

  
유영의 감독의 <산상수훈> 
 
<산상수훈>은 ‘내 안의 하나님’을 찾아가는 영화이다. 다음 작품부터는 내용은 물론 움직임과 영화문법에도 집중하는 영화를 보고 싶다. 유영의 감독의 영화는 새로운 형식의 영화임이 분명하고, 철학적이며 현학적 수사로 가득 차 있다. 진리는 교만하지 않는다. 다양한 내용으로 기독교에 접근한 영화는 인간의 본질과 나를 집요하게 탐구하고 있다. 모든 연기자들과 스텝들이 화합과 평화를 위해 참가한 영화는 의미 있고 값진 결실을 이루어 내었다. 

  
유영의 감독의 <산상수훈> 
 
글: 장석용
영화평론가. 시인. 유현목, 김호선 감독의 연출부를 거쳐 한국영화평론가협회 회장, 국제영화비평가연맹 한국 회장, 한국영화학회 총무이사, 대종상/부산국제영화제/예술실험영화/다양성영화/청소년영화제/이태리 황금금배상/다카국제영화제 심사위원, ‘문화저널 21’ 문예비평주간 등을 역임했으며, 현재 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 글로벌이코노믹 문화전문위원으로 동국대 문화예술대학원을 거쳐 서경대 대학원에서 문예비평론을 강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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