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법 주체성 체험담

주체성

 

201332일 법회부터 촬영을 하여 선원 홈페이지에 올려서 세상 사람들이 그것을 보고 수승한 사람으로 살아가는 방법을 알게 하신다고 하셨다.

촬영이라든가 다른 무엇 없이 그냥 법회만 해도 버거워서 절절매는데 촬영까지 한다고 하니 그것도 계속해서 한다고 하니 답답하기 이를데 없었다. 주 선생님이 법회주제에 대해서 안내 멘트를 해야 하고 촬영을 하여 밖으로 나가는 영상이면 더더군다나 틀리면 안 된다는 강박 때문에 준비하는 일이 힘들기만 하였다.

 

39일에 하는 법회를 준비하느라 선원에서 연구를 하고 집으로 돌아가서도 계속하는데 전혀 진전이 없었다. 선원장 스님 법문을 주체성에 맞게 그리고 아이들이 이해를 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하는데 할수록 어렵기만 하고 되지가 않았다. 에라 모르겠다, 일단 컴퓨터앞에서 물러나와 텔레비전을 보고 있는 남편 옆에서 멍하니 텔레비전을 보다가 문득 나는 왜 무한가능성을 쓰지 않고 있을까? 아이들한테는 맨날 쓰라고 하면서하는 생각이 들었다.

 

법회 주제인 주체성에 대한 안내 멘트를 다시 살펴보니 처음부터 될 수 없는 것을 하려고 했구나하는 것을 알게 되었다. 선원장 스님 법문을 그대로 옮기고 아는 만큼만 전달을 하려고 해도 내식대로 어설프게 할 수밖에 없는데 선원장 스님 법문을 앞뒤로 짜 맞추고 거기에 아이들이 알기 쉽게 풀이를 한다는 것 자체가 내가 할 수 없는 것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내가 못하는 사람이어서 어려웠던 것이 아니라 내가 지금의 수준으로는 할 수 없었던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되니 마음이 놓여지면서 그냥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하면 되지 더 어떻게 잘하려고 하지 않아도 된다. 그냥 내가 못하면 못하는 대로 해도 괜찮다는 생각이 들면서 마음이 편안해졌다. 그냥 내가 한 만큼 팀장선생님께 메일로 보내드리고 컴퓨터를 껐다.

 

자려고 누워있는데 법회준비가 미흡한 상황인데도 마음은 더 편안해서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건 뭐지?’

내일 법회는 어떻게 해야 되지? 영화 촬영할 때 말고는 하지 않던 화장이랑 머리손질도 해야하고 유위순 선생님도 나오지 않아서 아이들 관리도 혼자 다 해야 하고 할 일은 훨씬 더 많은 데 ....’

다시 잘하지 못해도 괜찮다 하는 생각이 올라왔다.

내가 하는 만큼 하면 되지 어차피 잘하려고 해도 내가 할 수 있는 만큼만 나오고 잘못해도 내 그릇 만큼에서 잘못할건데 잘못하면 되지 이러하든 저러하든 내가 한 것이니 괜찮다, 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래도 뭔가 이상했다. 전에도 법회를 하고나서 잘못했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내가 할 수 있는 만큼이지 내 능력이 여기까지밖에 안되서 그렇지 하면서 비슷한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그때는 마음이 편안하지 않고 오히려 더 무거웠었다. 다음에는 실수하지 말아야 하는데 더 잘해야 하는데 등등의 생각이 복잡했었다.

 

3월 둘째주 토요일 아침

전날저녁에 못한 안내 멘트 마무리를 해보려고 조금 일찍 선원에 도착하였다. 선생님방에 들어가서 컴퓨터를 켜는데 전날 법사스님께서 법당을 좀 꾸며야하지 않겠느냐던 말씀이 떠올랐다. 스님께 전화를 드리니 스님께서 법당 문 앞에 있는 화분을 안으로 들여가면 어떻겠느냐는 말씀을 하셔서 바로 3층 법당으로 올라갔다.

다른 때 같았으면 안내멘트를 다 만들지 못했다는 생각에 머리가 복잡해서 스님께서 먼저 전화를 주셨어도 핑계를 대고 올라가지 않았을 것이고 올라갔어도 마지못해 스님께서 시키는 것만 하고 있었을 것인데 내가 먼저 전화를 드리고 화분을 고르고 온실에 가서 살펴 볼 때도 내가 스스로 생각을 해보고 스님께 여쭈어 보고 스님께서 의견을 주시면 얼른 다시 생각해보고 어떻게 하라는 말씀인지 알아듣게 되고 화분과 꽃나무를 이렇게 저렇게 옮겨보고 하는데 정말 내가 스스로 하고 있었다. 그래서 하나도 힘이 들지 않았다. 속에서도 시비가 일지 않아 생각도 더 핑핑 돌아갔다.

 

법회준비를 하느라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는데 아이들이 한 두명씩 들어오기 시작하였다. 그런데 혜교와 재원이가 계단에서 큰소리를 내면서 누나랑 다투고 있었다. 그 자리에서 달래보려고 하는데 재원이가 계속 소리를 지르는 바람에 소법당으로 아이들을 데리고 들어갔다.

혜교가 어린이회 회장이 되면서 목탁이 아직 서투르니 조금 일찍 와서 연습을 하라고 했었는데 혜교가 일찍 오려고 서두르는 과정에 재원이와 실랑이가 있었는데 혜교가 거짓말을 하여 재원이를 데리고 왔다는 것이었다.

무슨 상황인지 파악이 되는데 법회 올 때 마다 누나에게 막무가내로 떼를 쓰는 재원이를 그냥 대충무마해서는 안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혜교를 내보내고 재원이와 이야기를 하였다.

법회준비, 촬영준비로 내가 나가서 거들어도 바쁜 상황이었지만 재원이와 이야기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집에서는 무조건 떼를 쓰면 통하기 때문에 재원이는 어디서든 떼를 서서 자기생각을 관철하려고 하고 안 되면 큰소리로 울어버리는 것을 되풀이 하고 있었다.

재원이를 앉혀놓고 왜 화가 나는지 물어보았다.

나는 법회 오기 싫은데 누나가 억지로 데리고 와요

아 그렇나 재원이가 법회 오기 싫으면 안와도 되는데 그리고 오기 싫으면 누나에게 나는 가기 싫다고 설명을 하면 되잖아

그런데 누나가 억지로 데리고 오고 나한테 말벌이 있다고 막 거짓말을 해서 데리고 와요 그래서 화가 나요

아 그래 그러면 부모님께 말씀드려서 나는 가기 싫다고 말씀드리고 부모님이 누나에게 말씀드리면 누나는 굳이 재원이를 데리고 오려고 하지 않을 것 같은데?’

엄마가 선원에 가라고 그랬어요

그렇나 그러면 누나는 부모님 말씀을 듣는거네? 집안에서 가장 윗어른이 누구지?’

부모님이요

그렇지? 그러면 누나는 가장 윗어른의 말씀을 듣는거고 재원이하고 누나는 누가 윗사람이야?’

누나가요

그러면 누가 누구 말을 들어야 되지?’

떼를 써서 무조건 누나를 이기려고 하던 재원이는 자기의 생각에 오류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니 누나가 거짓말을 하였다고 또 울먹이기 시작하였다.

누나가 왜 거짓말을 한거야?’

내가 빨리 오지 않으려고 하니까 빨리 데리고 오려고 그랬는것 같아요 근데 교통카드도 누나가 다해요다시 울먹인다.

아 그렇나 맞네? 재원이도 충분히 교통카드 찍을 수 있는데 그리고 재원이도 누나가 설명을 하면 빨리 따라올 수 있는데 거짓말을 하고, 누나 나쁘다. 근데 재원아 아마 누나가 우리 재원이가 얼마나 똑똑한지 잘 모르는 것 같다. 우리 나가서 설명해주고 선생님이 재원이한테 누나가 거짓말한거 혼내줄게 그리고 우리 재원이가 이제부터 말벌 온다고 거짓말 하지 않아도 빨리빨리 따라올거니까 그러지 말라고 누나한테 말해주러 나가자

재원이는 눈물을 씩 닦고 따라 나왔습니다.

 

다른 때 같았으면 바쁜데.. 촬영도 해야하고 정신없는데...누나말을 듣지 않고 큰소리를 내어서 일을 복잡하게 만드는 재원이에게 짜증을 내고 혼내든 달래든 일단 아이가 울지 않게만 하는 수준으로 처리하고 말았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내가 한다는 생각으로 하고 있다. 내가 할 수 있을 만큼 하고 잘 안되었으면 어떻게 하면 되지?’ 내가 생각을 한다. 예전에 나는 잘 모르겠으면 다른 사람에게 방법을 물어 맞는지 안 맞는지 따지지도 않고 그냥 해버리고는 그만이었다. 그러니까 거기에서 어떻게 하면 되는지 스스로 알아내지를 못했었다. 그래서 그런 상황이 오면 또 어떻게 할지를 몰라서 당황하고 막연해서 어쩔 줄을 몰라하고 처리를 했어도 자신이 잘했는지 어땠는지 자신이 없어서 그렇게 하면 안 되는 것은 아니었을까 후회하는 것을 되풀이 했었다. 그런데 내가 해야겠다고 생각을 하고 결정을 하고 할일을 하니 오히려 더 생각이 잘 돌아가고 의지를 할 때보다 더 편안하게 할 수 있었다.

 

스스로 해보는 것이 재미있다. 누군가에게 의지를 하고 싶은 마음도 내가 편하고 싶어서 하는 것이었는데 스스로 하는 것이 의지하는 것보다 백배는 더 편하고 재미가 있다.

 

그렇게 가 하는 것의 재미를 알고 나니까 집이나 직장에서의 생활에 힘이 실어져서 사람을 상대하는 일이 힘들지 않고 일을 할 때도 상황을 정확하게 볼 수 있어서 누가 무슨 말을 하여도 그 말에 화를 내거나 짜증나거나 겁을 내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할지를 생각해보고 상대의 말을 충분히 듣게 되어 두루 편안하게 하는 방향으로 처리를 할 수 있었다.

또 두루 편안하지 않게 상황이 돌아가서 불편해져도 개의치 않고 내가 할 일을 하게 되었다.

 

예전의 나는 주체성이 하나도 없었다.

세상이 두렵고, 사람이 무섭고, 누군가 나를 세상으로부터 든든하게 보호해 주었으면 좋겠고 늘 그런 생각이 있었다. 그래서 무서운 세상으로부터 나를 보호해 줄 수 있는 사람이 남편이라고 생각하여 결혼을 하게 되고 계속 사업을 실패하고 한 번도 성공이라는 것을 하지 못하는 남편을 보고도 단지 운이 없을 뿐 언젠가 잘되겠지 하는 막연한 생각으로 아무것도 하지 않고 기대고만 있었다.

그래서 남편의 표정이 밝으면 안심이 되고 남편의 표정이 어두우면 가슴이 덜컥 오그라들어 어쩔 줄을 몰라 힘들어하면서 살았었다.

이제부터 나는 내가 주체적으로 해도 잘못되지 않고 설사 잘못되어도 내가 한 것이니 괜찮다는 것을 알았으니 관찰성으로 찬찬이 관찰해서 세상 속에서 세상과 더불어 살아가는 재미를 알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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