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께 질문

Re: 나하나를버린다는것 에 대하여궁금합니다

나를 버린다는 것은 내가 하는 것이 아니고 나 아닌 나가 하는 겁니다.
상사로서 직원에게 일을 시키는 것은 회사를 돌려야 하니까 당연히 해야지요. 그리고 맺고 끊는 것이 분명히 있어야지요. 그 대신 ‘나’라는 생각을 내려놓고 직원들의 얘기를 들어보고 객관적으로 정확한 판단을 내려서 결정을 내려야지요. 판단을 내릴 때에는 환경이나 법이나 상하관계를 두루 보고 전체가 이로운 쪽으로 결정을 내려서 일을 시켜야지요. 나를 버린다고 해서 가만히 있어야 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내가 알고 있는 내 주관적인 사고, 즉 내 색깔은 버리고 전체적인 입장에서 올바르게 판단하는 것이죠. 그러니까 자기 생각이 없는 것은 아니에요. 다만 고정된 생각이 없는 것이죠.

보통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법안에서 모든 문제들을 해결하죠. 그러나 때에 따라서는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법이 맞지 않고 큰 자연법 내에서 해결해야 하는 경우가 있어요. 그럴 때 자기 나름대로의 색깔이 있다면 자기가 알고 있는 색깔 밖의 문제일 때는 해결을 못하죠. 그런 경우에는 모든 걸 내려놓고 큰 범주에서 문제를 해결해가야 하지요. 그래서 내가 상사지만 때에 따라서는 직원의 말을 따를 수도 있고 들을 수도 있고, 혹은 내 뜻대로 시킬 수도 있어요. 그러나 결정을 나 아닌 나가 잘 판단해서 결정한다는 거죠. 여기서 ‘나 아닌 나’가 판단한다는 것은 내가 알고 있는 기존의 지식이나 편견, 고정관념을 내려놓은 상태에서 상황에 맞게, 그리고 나에게만 이로운 것이 아니라 서로에게 이롭게 판단한다는 의미입니다.

그러면은 결국 생각이 없는 것이 아니라 올바른 생각으로 상사역할을 하게 되는 거죠. 언제나 그렇게 하면서도 ‘나’라는 생각을 내려놓으면 항상 나가 없는 나가 있는 거죠. 나 없는 나는 문제가 주어질 때 마다 고정되지 않게 즉시즉시 문제를 해결해가는 거죠. 그렇게 하고 또 내려놓고 하고 또 내려놓고... 이렇게 해나가는 것이 주관적인 틀에 갇힌 나 없이 고정되어 있지 않은 중심의 참나로써 지혜를 길러가는 거죠. 그러니까 이 공부를 하면 바보가 되는 것이 아니라 더 명확하고 더 지혜로운 자신이 되는 거죠. 나를 내려놓는다는 것은 내 고정된 색깔이 없고 무한가능성이 있는 큰 범주에서 참나로서 존재하는 거죠. 그리고 아무것도 안하는 것이 아니라 항상 고정되지 않게 상황에 맞게 해나가는 거예요.

직원들한테 잘 판단해서 명확하게 일을 시키세요. 상사가 지혜로우면 직원들은 말을 잘 듣습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항상 자기 입장으로 생각하지 말고 전체에 이로운 쪽으로 판단을 해야 하는 거죠. 그렇게 해서 일을 시키면 불평이 없죠. 만약에 상사가 자기에게 이로운 쪽으로 판단을 내리거나 그렇게 행동한다면 직원들도 자기 이로운 쪽으로 하려하고 말을 잘 듣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상사가 상사자신을 위해서 일을 하지 않고 회사를 위해서 일을 한다면 직원들에게 떳떳하게 말을 할 수 있고 직원들도 잘 따르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참나를 찾기 위하여 나를 몽땅 버린다면 자신이 바보가 돼든 누가 자신에게 뭐라고  하든지 자기가 없으니까 상관이 없잖아요? ‘이러다 내가 바보가 되는 게 아닐까? 이렇게 하면 잘못되지 않을까?’ 이렇게 생각한다면 그 또한 나를 버리지 않는 것이죠. 나를 버린다면 나에게 무슨 말을 하든지 상관없잖아요? 내가 없으니까 말이죠. 상관이 있다면 나를 버리지 못한 것이지요.

(질문 내용을 선원장 스님께 여쭈어서 답변 해주신 내용을 글로 옮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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