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신 마비를 막다

군생활중 위병소의 차량 차단기가 부러지면서 아들의 머리와 목을 치는 바람에 목뼈가 부러지는 사고를 당한 것이었다. 남편과 헤어진 후 아들 하나만 바라보고 살아온 나에게 너무나 큰 충격이자 가혹한 시련이었다. 얼굴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목과 얼굴이 퉁퉁 부어있었고 진통제가 한 보따리나 되었다. 아프다고 하면 주사 놔주고 약주는 것이 치료의 전부였다.

나는 너무나 기가 차서 말도 나오지도 않았다. 아들은 사고를 당하고도 시험 일주일 전이라 엄마가 하고 싶은 일을 못하게 될까봐서 말을 하지 않았던 것이었다. 아들에게 들은 바로는, 사고가 났을 당시 큰 병원에 보내지 않고 근처 동네병원에 보내서 주사 맞고 약 먹게 해서 그냥 숙소에서 누워있게끔 했다는 것이었다. 가건물로 된 골방 같은 데서 일주일 동안 방치되어 있다가 몸이 더 붓고 아파오자 그 때 좀 더 큰 병원에 입원을 시킨 것이라고 했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주위의 여러 사람에게 알아보고 문의도 해보았지만 군대 일이라 어려웠다. 사람들이 이런 말 저런 말 하니까 내 마음은 더욱 요동을 치고 불안했다. 병원 측에서는 자세한 설명을 해주지도 않았다. 골절이라는 사실도 계속 숨기고 있다가 나중에 내가 계속 다그치자 마지 못해 얘기해주었다. 더 이상 이런 병원에 아들을 맡겨 둘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대에서 거의 싸우다시피 하여 간신히 아들을 데리고 나올 수 있었다. 물론 다른 병원에서 진찰 받는 다는 사실은 말하지 않았다. P병원 측에도 군인이라는 신분을 밝히면 아무래도 진료결과를 있는 그대로 말해주지 않을 것 같아서 군인신분을 감추고 일반인 신분으로 진찰을 받았다. 진찰결과 역시 목뼈의 골절이었다. 담당 의사는 매우 위험한 상황이라고 했다. 하반신마비가 올 수도 있다고 하면서 여러 가지 설명을 자세하게 해주었다. 내 아들이 장애자가 될 수도 있다니 이것이 도대체 무슨 일이란 말인가?

이튿날 입원을 시키기 위해 다시 병원을 찾아 군인신분을 밝히니 의사가 어제와는 태도가 바뀌었고, 자기가 진단했던 내용을 부인했다. 그때부터 마음이 복잡했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이 문제를 어디서부터 풀어야 할까?’ 군부대 측에서는 어떻게든 사건을 축소, 은폐시키려는 저의가 역력하고 병원 의사들도 자신의 입장에 따라 말을 바꾸니 아무도 믿을 수 없었다.

아는 분 친척 중에 그 분야에 전문의가 있어서 문의해보았으나 P병원에서 말한 대로 강원래씨처럼 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나중을 위해서 반드시 보상을 받도록 하세요.” 그 분 조차 그렇게 말하니 이제 내 아들은 영락없이 장애인이 되는구나 싶어 절망감에 혼자 울었다. 누구의 도움도 받을 수 없는 상황에서 너무나 막막하고 두려웠다. 마치 끝이 보이지 않는 긴긴 터널을 지나는 것 같았다.

진짜 내 아들이 하반신 마비가 된다는 말인가?, ’내 아들이 장애자로 평생을 살아야 한다는 말인가?‘, ’앞으로 살아야 할 날이 구만리 같은데 평생을 장애자로 살아야 한다니……. 그 분 말대로 아들을 위해 어떻게든 보상을 받아야 하나?‘

절망감 속에서 온갖 생각들이 교차했다. 나는 반쯤 넋이 나간 상태로 제정신이 아니었다. 대해스님을 뵈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울면서 대해스님께 그간의 자초지종을 말씀드렸다. “대해스님, 우리 아들이 하반신 마비가 된다고 해요. 부대 사람들도 의사들도 아무도 믿을 수가 없는 상황입니다. 아는 분에게 물어보니 나중을 위해서 꼭 보상을 받아야 한다고 합니다.” 측은한 눈빛으로 듣고 계시던 대해스님께서 갑자기 내 말을 끊고 말씀하셨다.

보살님, 지금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거예요? 지금 보상 받는 일이 무엇이 중요합니까. 일단 아이 부터 살려야 할 거 아니에요. 어떻게 하면 아이를 낫게 할 것인가가 중요한 거 아니에요? 아이를 고치는 일이 지금 분초를 다툴 만큼 시급한데 어떻게 고칠지는 생각지 않고 모두들 자기 입장 따라서 딴 생각들을 하고 있으니 정작 환자는 어떻게 되는 겁니까? 그 와중에 지금 아이가 얼마나 불안하고 힘들겠어요? 그런데 엄마마저 정신을 못 차리고 있으면 어떻게 되겠어요? 다른 건 다 필요 없습니다. 의사들과 논란할 필요도 없습니다. 군부대 사람들도 설마 사람 죽이려고 하겠습니까. 그러니 일단 그들을 믿고 그런 일에 더 이상 신경 쓰지 말도록 하세요. 아이만 살리면 될 거 아니에요? 아무리 뼈가 부러졌어도 걱정할 필요 없습니다. 그거 붙게 하는 거 어렵지 않아요. 중요한건 뼈만 붙게 하면 될 거 아니에요.

그건 돈 들어가는 거 아니니까 아무 걱정 마시고 제가 시키는 대로만 하면 됩니다.”

대해스님의 말씀을 듣고서야 정신이 들었다. 그랬다. 다른 건 다 필요 없고 아들을 살리는 일이 제일 중요하고 급한 일이었다. “지금 부터 아들 살리는 데만 집중하고 다른 일은 더 이상 관심 두지 마세요. 보상이다 뭐다 해서 아이를 혼란스럽게 하지 마시라는 얘기예요. 군부대 사람들이 어떻든 의사들이 어떻든 간에 그들을 시비할 필요도 없습니다. 아이 살리는 데는 그들이 옳든지 그르든지 하는 문제는 아무 상관없으니까요. 지금 아들 같은 경우는 아주 간단하게 나을 수 있는 경우예요. 그거 고치는데 많은 사람이 필요하거나 많은 돈이 필요한 것도 아니에요. 무슨 큰 수술을 받아야 하는 것도 아니에요. 제가 시키는 대로만 하면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혼자서도 간단하게 나을 수 있는 거예요. 그러니 보상 문제 같은 것에는 신경 쓰지 않아도 돼요. 그렇지 않고 자꾸 다른 일에 신경 쓰고 아이를 혼란스럽게 하면 간단하게 나을 수 있는 것을 오히려 크게 잘 못되게 할 수도 있어요.”

병원에서는 분명히 아들의 상태가 하체마비 장애자가 될 수 있다고 했고 모두들 아무 대책 없이 책임회피에 급급하고 있는 상황인데 대해스님께서는 오히려 아들의 상태가 아무것도 아니니 걱정 말라고 하시면서 안심시키셨다. “중요한 것은 환자가 안정을 취해야 합니다. 아들 같은 경우는 뼈가 제자리에서 정확하게 붙어야 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안정이 절대적으로 중요합니다. 뼈가 제자리에 잘 붙을 때까지 목을 움직이지 않고 자세를 잘 유지해주어야 하는데 정신이 산만하면 목을 잘 못 움직일 수 있고, 그러면 아차 하는 순간에 진짜 사고가 날 수 있어요. 부러진 뼈가 제자리를 이탈해버려서 제대로 붙지 않게 되면 정말로 병원에서 말한 것처럼 위험한 상황이 올 수도 있는 거예요. 그러니 우선 보살님부터 정신을 차리시고, 아들의 마음을 잘 안정을 시켜주세요. 그리고 이제부터 아들에게 절대로 목을 움직이지 말라고 하세요. 몸을 움직일 때는 항상 조심하면서 자세를 유지하게 하세요. 그렇게 하면서 제가 가르쳐 드리는 방법을 아들에게 알려주어서 스스로 하게끔 하세요.” 라고 하셨다. 이어서 대해스님께서는 아들 스스로 할 수 있는 몇 가지 간단한 방법을 가르쳐 주셨다. “꼭 그렇게 하라고 하세요. 그렇게만 하면 아직 젊으니까 얼마 안가서 깨끗이 나을 거예요. 그러니 아무 걱정 마시기 바랍니다. 그래도 당분간 조심하고, 6개월쯤 후에 검사를 한번 받아보도록 해보세요.” 하셨다.대해스님의 말씀을 듣는 동안 대해스님께서 중생들의 아픔에 진실로 둘 아니게 하나가 되어주심을 느꼈다. 너무나 감사했다. 대해스님께서는 내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모든 상황을 다 파악하시고 명확하게 길을 제시해주셨다. 대해스님 앞에 앉을 때만 해도 아들이 잘못되어 평생 장애자로 살아야 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과 두려움에 거의 제정신이 아니었고, 또한 그런 아들의 장래를 위해서 보상을 받으려면 이 상황 속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 도저히 끝이 보이지 않는 혼돈 속에 있었는데 대해스님께서 그 모든 불안, 두려움, 혼란을 일시에 제거해주신 것이었다. 그토록 앞이 보이지 않던 절망감 속에서 대해스님의 말씀은 마치 섬광과도 같이 길을 밝혀 주셨고, 그것은 나에게 크나큰 위안이 되고 힘이 되었다. 그 당시는 잘 몰랐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대해스님께서는 아들의 치료에 있어서 안정을 취하게 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중요한 사항임을 아시고 극도의 혼란과 두려움 속에 있던 나의 마음을 일순간에 안정시켜주셨고, 그렇게 함으로써 아들의 마음도 안정을 찾을 수 있도록 해주신 것이었다. 바로 그 말씀 자체가 실질적인 치료의 시작이었던 것이었다. 아무튼 그날 대해스님의 말씀을 듣고서 혼란스러웠던 마음이 정리가 되면서 대해스님 말씀대로 해보기로 했다. ‘그래, 이제 다른 일에는 더 이상 신경 쓰지 말자. 아들에게 대해스님께서 가르쳐주신 방법을 일러주고 혼자서 계속 하게끔 했다. 아들도 잘 따라 주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6개월쯤 지났을 무렵 검사를 받았다.

뼈가 완전하게 붙어서 부러졌던 흔적조차 없다는 것이었다. 대해스님께 무어라 말 할 수 없이 감사했다. 이렇게 간단한 방법으로 멀쩡하게 나을 수 있는 것을 자칫 잘 못했으면 진짜 불행한 사태로 갈 수도 있었다고 생각하면 지금 생각해도 너무나 아찔하다. 그 때 대해스님께서 아들 살리는 일 이외에는 아무 것도 생각지 말라고 하시면서 명확하게 방향을 제시하고 방법을 가르쳐 주지 않으셨더라면 어떻게 되었을까?이번 일을 겪으면서 사람들이 실제로 간단하게 나을 수 있는 상황에서도 잘 못 알고 엉뚱하게 처리하여 심각한 상황으로 가는 경우가 참 많겠구나 하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 아들은 완전히 나아서 군복무를 무사히 마쳤고 5년이 지난 지금 밝고 건강한 모습으로 잘 지내고 있다. 그 일을 겪을 때 마음공부가 부족하여 사실 너무나 힘들었다. 아무리 해도 글로써는 당시의 심정을 도저히 다 옮길 수가 없다. 이제 대해스님의 가르침을 따라 열심히 정진하여 앞으로는 어떤 어려움이 닥쳐와도 스스로 해결해 나갈 수 있도록 내면의 힘을기르고 싶다. 끝으로 길을 인도해주신 대해스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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